<서칭 포 허니맨>

양봉남을 찾아서

 

사전 가제본 서평단 꿀벌단 리뷰

 

 

 일벌의 최대 수명은 6개월이다.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 꿀을 모으기 위해 최고 28킬로미터의 시속으로 빠르게 날아다닌다. 고작 계절 두 개가 걸쳐진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평생 일만 하며 가는 것이다.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지만 때로는 속기도 하고, 전자파와 자기장 혼란, 살충제와 바이러스 따위의 불분명한 이유들로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의 파편이 있는 한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벌에 대한 사실들을 눈으로 좇다 보면 꼭 사람의 일생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벌이라는 생명체와 양봉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인물들과 사건을 연결하는 매개체로만 끝나지 않는다.

 

 꿈을 위해 일하던 프로덕션에서 퇴사한 하담과 번듯한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며 상사의 갑질에 찌들어 살고 있는 차경, 프리랜서로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로미는 하담의 생일을 맞아 유명 레스토랑에서 만난다. 퇴사하는 과정에서 겪은 오해와 착각에 대한 불쾌한 일화를 털어놓던 하담에게 로미는 뜬금없이 3년 전 제주도에서 만난 양봉남 이야기를 꺼낸다. 누가 봐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던 것 같던 정체불명의 남자. 서울로 돌아온 뒤, 종종 보고 있다던 SNS에서 그만이 알아챌 수 있을법한 태그를 붙여놓았지만 끝끝내 연락 없던 남자. 그럴듯한 가설들과 함께 그가 연기처럼 사라진 이유에 대해 토론하던 세 사람은 ‘그는 왜 관심을 구구절절 행동으로 보여주고선 사라져 버렸나.’에 대한 연구 가치를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서칭 포 허니맨>이 시작된다.

 

 


 

P. 370

로맨스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우리 시대의 수많은 로맨스 스토리가 우리를 속인다. 눈을 가려 뻔한 사실을 외면하게 하고, 현실에서는 수많은 타협을 거쳐야 유지되는 관계를 사랑으로 치장한다.

 

 

 3년 전 낯선 제주도에서 만난 남자. 아는 거라곤 양봉을 하는 남자라는 것과 희미하게 남은 얼굴에 대한 기억뿐인 남자. 우연히 시작된 ‘알지만 모르는 남자’ 찾기 프로젝트는 세 사람의 배경을 서울의 레스토랑에서 제주도로 옮겨버린다. 뜬구름 잡기 같았던 일은 꽤 거창한 미션으로 변하고, 그러는 동안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사연들로 여러 인물들과 만나게 된다.

 

 미스터리한 양봉남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세 사람 모두가 혼란스러워진다. 하담은 프로젝트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만난 구남친과의 관계에서 미련과 추억을 느끼고, 차경은 뜬금없이 나타난 약혼자와의 관계에서 불신과 배신을 깨닫는다. 그리고 로미는 마침내 찾은 허니맨을 통해 위로받지만, 과거 자신을 괴롭힌 스토커의 존재까지 다시 한번 떠안게 된다.

 

 이러는 동안, 글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진실을 드러낸다. 여러 인물들의 행동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마침내 진짜 이야기를 마주하는 순간, 글을 아우르던 팽팽한 긴장감이 절정에 이른다. 의심과 설렘이 뒤섞인 채로 질주하는 이 글은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아주 맛있게 요리해낸다.

 

 


 

P.490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결말을 만든다고 해서, 나도 그러란 법은 없어. 어떤 이에게는 로맨스인 사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똑같은 풍경이 모두에게 같은 영상인 건 아니다. 그래서 편집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하담과 차경, 로미 세 사람은 제 나름대로의 날갯짓으로 제주 곳곳을 날아다닌다. 사건사고를 일으키다가도 돌연 훈풍이 불어 풋풋한 로맨스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미소 짓다가 어느 순간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자신의 길을 찾는다. 벌이 하늘의 파편을 통해 길을 찾듯, 그들도 삶의 파편을 통해 무한한 미래를 덧그린다.

 

 결국 이 이야기는 허니맨, 즉 양봉남을 찾는 이야기이면서 나 자신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을 아우르는 ‘서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는 하담과 차경, 로미의 개인적인 관계들과 한데 엮이며 3인 3색의 결말에 도달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아마도 우리는 로미처럼 위로받고 차경처럼 미래를 그려보고 하담처럼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모두 외쳐보자.

 서칭 포 미,라고.

 

 

※ 미스터리가 중요한 요소이기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